[2008 K-리그 3R] 부산 vs 광주, 이런 경기를 보러 오라고?
잠시나마 경기장에 가서 볼까 고민하다 집에 있게 해준 귀차니즘에 감사한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부산과 광주 경기가 케이블을 통해 중계된다하고, 비도 올 것같은 꿉꿉한 날씨인지라 그냥 집에 머무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적중했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전 구단의 감독은 모여서 하나같이 얘길한다. 팬들이 원하는 축구를 하겠다. 공격 지향적인 축구를 하겠다. 재밌는 축구를 하겠다. 다 개소리다. 감독이 개소리를 한건지, 선수들이 감독의 말을 개소리로 만든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부산과 광주가 보여준 경기력은 정말 개같았다.
애초에 선수들은 작당을 하고 나온 모양이다. 비는 오고 몸은 찌푸둥한게 뛰기는 귀찮고, 그냥 적당히 승점 1점씩 나눠갖자는 심산이었나보다. 상무 선수들에게 프로의식을 바라는 것도 무리였고, 부산 선수들 역시 아마추어에 지나지 않았다.
팬들이 원하는 경기는 짜임새있는 미드필드를 중심으로 한 공격지향적 축구이다. 그게 힘들다면, 애초에 미드필드가 실종되었다면 역습 상황에서나마 빠르게 치고나가 그 순간만이라도 관중을 흥분시켜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줘야 한다. 그건 팬들의 권리이고, 얼마 되지 않은 표값과 경기장까지 오는 수고비이다.
하지만 양팀 선수들에게 역습이란 없었다. 시종일관 느릿느릿 기어다녔고, 패스 마저도 누구를 향하는지 불분명했다. 캐스터와 해설마저도 따분함을 이지기 못하는 말투였다. 채널은 저절로 돌아갔다. 다른 채널에서 하던 수원과 경남 경기 양상은 딴 판이었다. 양 팀 진영을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이 제대로 뛰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였고, 느껴졌다.
비도 추적추적 오는데 관중석에 앉아있는 관중들에게 연민마저 느껴졌다. 아마도 오랜만에 재미있는 축구나 보러 가볼까 하는 생각에 집을 나섰던 팬들은 아마도 다시는 구장을 찾지 않을 것이다. 이 끔찍한 경험을 다시 맛보고 싶은 사람을 없을 테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