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과 포항의 플레이오프 경기가 포항의 1대0 승리로 끝이 났다. 그랑블루가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감히 '정의'가 승리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제3자의 입장에선 포항이 승리해서 다행이었고, 기분이 정말 좋았다. 이는 단순히 수원에 대한 악감정이라기 보단 순수히 경기력에 이끌린 평가이다.

경기는 후반부터 보기 시작했다. 사실 원조 안빠라서 내심 수원이 이기기를 바랬다. 안정환이 나오면 더 좋고, 안 나오더라도 이번 경기를 이겨야 다음 경기에 나오길 기대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도 모르게 포항을 응원하게 되었다. K리그를 자주 보지 않아서 그런지 딱히 포항엔 눈엔 눈에 띄는 스타 플레이어가 없었다. 게다가 경남에 이어 울산과의 경기도 치루고 온 상태라서 체력적으로 지쳐있어 보였다. 그런데도 오히려 수원을 압도하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중원에서 시작되는 짜임새있는 패스와 돌파는 K리그에서 봐 왔던 플레이가 아니었다.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계속된 공격 축구도 마음에 들었다.

반면 수원은 선수들의 네임밸류에 비해 경기력이 너무나 엉망이었다. 국가대표에 안 뽑혀 본 선수가 없을 정도로 스타급 플레이어가 즐비한데도 너무나 수비적인 경기로 재미없게 만들었다. 충분히 능력적으론 더 공격적으로 치고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너무나 소극적이었다. 중앙은 아예 포항에 내줘 버린 채 그저 길게 전방으로 뻥뻥 차주는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 70분쯤 차붐은 공격수 박성배마저 빼버리고, 수비수 이싸빅을 넣어 버렸다. 차붐이 1대0으로 앞서고 있다고 착각한 것은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 그저 잠그다가 승부차기까지 끌고가서 이운재의 능력을 믿어 본다는 것은 아닌지. 아무튼 계속된 수원의 경기를 보고 있노라니 눈이 썩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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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의 골장면 ⓒ MBC ESPN 방송 캡쳐


경기 중간에 나온 팀의 패스 성공률은 포항이 70%, 수원이 60% 였다. 수원이 얼마나 뻥추구를 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원의 경기를 볼 때마다 느끼지만, 차붐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 현재 구사하는 축구로 봐선 저 많은 비싼 선수들을 왜 사왔는지 묻고 싶을 정도이다. 그냥 FM덕후 아무나 데려다 놔도 저보단 나을 것 같다. 결국 80분쯤 포항이 골을 넣었다. 수원은 그제서야 깜짝 반격을 하고자 했지만 무위로 돌아가고 경기는 포항의 승리로 끝났다. 포항은 1대0의 상황에서도 잠그지 않고 계속된 공격을 펼쳐 보였다. 축구 팬으로써 선수들과 파리아스 감독에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을 정도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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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 MBC ESPN 방송 캡쳐


그리고 또 수원에 실망스러웠던 것은 그들의 서포터즈 그랑블루였다. 대전과 울산의 경기에서도 병이 날아오고, 깃발이 날아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는데, 그 땐 김영광과 대전 서포터즈 간에 마찰로 인한 것이었지만, 이번 경기에선 아무런 마찰도 없는 상태에서 그랑블루에 의해 부탄가스 통과 비슷한 것이 경기장 내로 날라왔다. 선수들 경기력에 실망했고, 서포터즈에 한번 더 실망했다. 이런 수원이었기에 이들을 상대로 따낸 포항의 승리가 더 값져 보였고, 마치 정의가 승리한 것 같은 기쁨을 느꼈다. 그리고 마지막에 mbc espn의 배경음악 센스도 좋았다. 바로, 이용의 '잊혀진 계절' 이었다.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1. 안재형 2007/11/01 09:23 답글수정삭제

    감사합니다. 동영상 잘 봤구요, 글도 잘 읽었습니다.
    저는 포항 팬이면서 차붐 팬이라 어제 전반 보는데 기분이 묘하더군요.
    결승 경기도 좋은 글과 동영상 부탁드려요.

  2. hyun 2007/11/01 10:44 답글수정삭제

    그럼 경기전부터
    돼운재,운재야 술값은 누가 냈니
    이런 플랜카드를 들고 있던 포항 서포터스는 잘한겁니까??

    제가 보기에는 수원 서포터스나 포항 서포터스 둘다 잘한거 하나 없고 추악했습니다..

    근데 무슨 정의가 승리했다 이딴 식으로 글을 쓰시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물론 수원의 경기력은 정말 최악이였습니다..이젠 진짜 차범근 감독을 경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하지만 수원 서포터즈에 대한 얘기만 쓰시면 포항은 아무 잘못이 없는거 처럼 보입니다..
    이래서 언론이 무서운거죠....

    • w0rm9 2007/11/01 21:19 수정삭제

      글에 언급했다시피 제가 전반은 못봐서 미처 그부분은 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3자인 제 입장에서 '정의'란 경기력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3. No.23 2007/11/01 10:53 답글수정삭제

    잊혀진계절 동영상 너무 좋습니다..ㅎㅎ
    스크랩좀 가능하게해주심 안될까요

    • w0rm9 2007/11/01 21:20 수정삭제

      티스토리에 업르도한 동영상은 퍼가기 기능을 활성화시킬 수 없더라구요. 메일주소를 적어주시면 메일로 원본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저 영상은 풀버전이 아니라 저도 아쉽습니다.

  4. slsslsl 2007/11/01 11:33 답글수정삭제

    전 경남FC팬으로서 포항과의 6강플레이오프를 관전했습니다.
    역시 포항잘하더군요.. 세밀한 패스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이 한수위였습니다..
    팬들이 좋아할만한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포항이 승승장구하는 모습... 보기좋습니다.
    그날... 제뒤에서 차범근감독과 이임생코치 열심히 포항을 분석하고 있었는데.. 저모습밖에 보이지 못했다는 것은 많이 아쉽네요...

  5. fcjinju 2007/11/01 11:39 답글수정삭제

    그딴 플랭카드나 내걸어서 선수 자극하는게 정의인가요?
    얼마전까지 그들과 함께 뛰던 이동국 선수 뒷통수 때리는 격이던데..이제 다른팀 같으니 남남일수도 잇것지요.

    그리고 테레비보고 이거저거 예기 하지 맙시다.
    수원 섭터가 왜 슈퍼혼 던졋는데..

    그 정의로운 팀에 조성환 선수가 수원섭터에게 공 뻥차고 욕합디다.
    그래서 정의롭지 못한 수원섭터가 한방 날려줫소..

    축구 좋아하면 경기장이나 열심히 찾아주세요..

  6. 김주환 2007/11/01 11:47 답글수정삭제

    저 부탄가스는 포항선수가 파울했을 때 인데요.
    포항선수가 파울후 서포터즈석으로 공을 차냇죠.
    그래서 일부 흥분한 사람들이 물병도 날리고 저 부탄가스도 던져버렸죠.
    그래도 그 일부 사람들은 같이 있던 다른 서포터즈들에게 엄청 욕먹었죠.

  7. 지나가다.. 2007/11/01 15:27 답글수정삭제

    김주환 // 전후 사정이 어쨌건 가스통 던진건 사실이죠.
    과한 예를 들자면.. 사람 죽여놓고 "그사람이 먼저 날 자극해서 어쩔 수 없었다.." 라고 한들 무슨 변명이 될까요? 주변에서 말렸다는 둥 흥분해서 그렇다는 둥 어떤 말을 하더라도 이미 일어난 추악한 일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습니다.

  8. gg 2007/11/01 16:01 답글수정삭제

    둘다 쓰레기지 ㅋㅋ 정의는 무슨 축구는 사라져야 해 ㅎㅎ 아니면 축협 몽준이부터 짜르고 개선해라 ㅎ

  9. 럭키남 2007/11/01 16:08 답글수정삭제

    글쎄요. 왜 정의는 이기죠??
    제가 보기엔 포항 수원 둘 다 잘하진 않았습니다.

    음주일도 있긴 하지만, 그걸 가지고 플랜카드 까지 만들어서 '운애야 술 값은 누가냈노?' 이러는 건 좀 아니라고 봅니다.

    • w0rm9 2007/11/01 21:21 수정삭제

      제가 말한 '정의'란 경기력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수원의 멤버나 명성치고는 경기력에 너무 실망스러워서 반감이 들었다고 할까요.

      그런 느낌에서 적은 단어였습니다. 거슬렸다면 죄송합니다.

  10. 김덕배 2007/11/01 23:10 답글수정삭제

    솔직히 포항은 그 플랜카드가 좀 너무했죠...
    그럼 저희도 이동국한테 뭐라고 할 말해야죠,,,
    옛날 니팀 포항이 뭐라하네 술값 니가 냈냐?... 라고 말해줘야죠... 우린 뭐 못 만들어서 안 만들었나?
    암튼 수준 낮은 사람이 그 지랄 이라니까...

  11. 김희찬 2007/11/02 02:18 답글수정삭제

    제목 정말 선정적이네요...
    10년 가까이 수원을 지지하면서 이렇게 제 가슴이 잔인하게 썩어들어가는 리뷰는 처음입니다...
    수원의 네임밸류 대비 경기력이 형편없었던 이유는 검색해보시면 여럿됩니다...
    15승6무5패의 수원은 15경기에서 네임밸류를 충족시켰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정의는 아니겠죠? 수원의 선수들은 게으르지 않았고 열정이 부족하지도 않았습니다...차붐의 전략과 교체선수투입 이유가 일견 타당함이 있었고 포항과 파리아스의 축구도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15승6무5패를 하는동안 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수원의 경기력이 늘 불만이었습니다...축구팬이란 본시 불평불만이 많은 자들이지요...누군가 눈물지으며 1년을 정리해야만 했던 그 경기였습니다...

  12. 유주현 2007/11/21 08:57 답글수정삭제

    포항 팬이지만 수원의 패배 원인은 김대의 선수 백지훈 선수가 빠진 정상적이지 않은 미들, 에듀선수를 빼고 주전을 가동하지 못한 공격진의 공백이 컸다고 봅니다. 거기에 체력적으로 열세일줄 알았던 포항이 워낙 거세게 밀어붙인것도 있구요.. 수원이 공격축구를 안하는건 아닙니다 전 리그 경기를 통틀어 슈팅숫자가 가장 많은 팀이 바로 수원이죠.. 단지 저 경기서 포항이 너무 잘했죠.. 수원은 싸빅선수 교체후 분위기를 다시 가져오지만 세트피스에서 재기불능의 골을 얻어맞았죠.. 차범근 감독님뿐 아니라 다른 감독님이라도 뭐.. 연장전을 생각하고 있었을 거고 워낙에 손쓸수 없는 시간대에 결승골이 나와버렸죠..
    플랜카드 같은 경우는 ㅡㅡ;; 저정도는 웃어넘길수 있는 수준 아닌가요? 1층 하단에 걸개는 포항팬인 저도 얼굴이 화끈해졌습니다만.. 수원팬들 내건 저 걸개보다 더한것도 많이 봐온 터라..

  13. 유주현 2007/11/21 09:00 답글수정삭제

    ESPN 선곡 센스는 정말 최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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