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폴리스>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마르잔 사트라피 감독이 2000년에 이란을 떠나 프랑스에서 자라면서 이란인으로서 겪은 부당한 경험을 자전적 소설 <페르세폴리스>로 발간했고, 그 성공에 힘입어, 뱅상 파로노 감독과 함께 영화화 작업에 착수했다. 영화 <페르세폴리스> 역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비롯, 세계 유수 영화제 12개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이란하면 떠오르는 것은? 이슬람 문화권과 아시안컵에서 6대2로 대패한 축구정도가 전부이다. 이런 무지 속에서 <페르세폴리스>는 이란 소녀의 시각에서 어렵지 않게 이란의 이야기를 자전적으로 풀어나간다. 전혀 다른 세상일 것만은 이란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페르세폴리스'란 원래 고대 이란(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의 수도를 뜻한다. 아마도 이란에 대한 자긍심에, 그 영광스런 역사에 빗대어 제목을 짓지 않았나 생각된다.


<페르세폴리스>는 언뜻 싸보인다. 싸보인단 의미는 요즘 시대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어쩌면 굉장한 자신감과 배짱인지도 모른다. 3D 애니메이션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흑백 애니메이션이라니. 하지만, 오히려 어려운 이란의 정치사와 시대적 배경들을 간결한 터치로,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더 쉽고, 유용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무기가 되었다.


이란의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인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의 시대적 상황에서 이란 소녀 마르잔이 성장해가는과정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마르잔의 재기발랄이 주는 유쾌함은, 이란의 현실에 맞닿아 억압될 때마다 점점 씁쓸함으로다가온다. 당연한 것을 당연히, 자유롭게 누리지 못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에서 마르잔은 답답함을 느낀다. 차도르가 없으면 여성은밖에 나갈 수도 없고, 파티와 술은 금지되어 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아바와 마이클 잭슨의 노래조차 마음대로 듣지 못한다.마침, 이라크 침공이 발발하자, 마르잔은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을 떠난다. 사랑하는 조국과 가족을 떠나 "자유에는 대가가 필요한법이니까."


하지만, 빈에서의 생활도 그리 녹록치 못하다. 인종에 대한 차별과 회의감, 향수병, 그리고 이별에. 결국 조국으로 돌아오고 만다. 이런 마르잔의 행보의 후미는 기대했던 것과 달리 마르잔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어쩌면 그녀가 현재 이란 여성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는지도 모른다. 동그란 얼굴의 마르잔이 길쭉한 얼굴로 변해가는 모습엔 그저 처연함이 묻어난다.

뒤돌아보면 우리의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겨우 6개월 사이에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어쩌면 사트라피 감독이 보여주는 바가 우리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흑과 백이 아닌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었을 때, 비로소 <페르세폴리스>를 웃으면 다시 수 있을 것 같다.

9.0점
  1. comodo 2008/09/06 04:17 답글수정삭제

    앗 요거 보셨구나.. 트랙백 날릴래요! 크크

  2. 컴속의 나 2008/09/06 21:58 답글수정삭제

    문화의 편식이 심한데 이런 이란인 작가의 소설과 애니매이션을 본다는
    자체만으로도 좋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정도로 치면 개방되고 자유로운
    국가이지만 따지고 보면 이란과 그다지 차이가 없는 사고나 행동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자료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3.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 2007)

    Tracked from Ripley Effect, 2008/09/06 04:18

    프랑스의 애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는 이란의 근현대사를 마르잔이라는 한 이란인 여성의 성장과 함께 그녀의 눈을 통해 보여주는 영화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재미있게 봤다. 이란의 근현대사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워서 상당히 생소하고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 상당히 비슷한 부분이 많이 보인다는 점도 재미있었고, 더불어 비록 지금이 2000년대 이긴 하지만 비교적 현대사회라는 느낌이 드는 90년대의 이란에서 아직도...

  4. 페르세폴리스

    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2008/11/19 21:30

    주인공 마르잔은 1970년대 이란의 테헤란에서 태어난 평범한 소녀. 유복한 집안에서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내지만 혁명과 전쟁과 신권정치가 그 모든 것을 하나씩하나씩 앗아가고 더 이상 조국 이란은 예전과 같지 않게 되어버린다. 거침없는 용기와 탁월한 말빨, 그리고 서양문명에 개방적인 취향 때문에 점점 이란 사회에서 살아가기 어려워지는 마르잔. 자식의 장래를 걱정한 부모는 마르잔을 유럽으로 유학 보내지만 그 곳 사람들 역시 중동에 대한 몰이해와 멸시...

  5.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 2007)

    Tracked from Different Tastes™ Ltd. 2008/11/20 21:13

    ★★☆☆☆ 명성에 비해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작품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란 현대사의 질곡이 마르잔 사트라피 개인의 성장사 안에 갖힌 느낌이랄까요. 물론 한 개인의 성장사를 통해 시대의 아픔을 투영하는 것은 그리 낯설지 않은 서사 방법이긴 합니다만 <페르세폴리스>의 경우 주인공의 출신 배경 - 왕족 출신의 부유하고 민주적이며, 특히 일찌감치 서구화된 집안에서 경험한 바에 불과하다는 인식의 한계를 지적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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