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슬리처럼 "난 21세기 최고의 쪼다이고, 내 운명은 소심한 샐러리맨야"라고 해석하고 단정지으려는 순간, 결코 그 올가미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으며, 그 현실에 얽매일 뿐이다. <원티드>에서 폭스(안젤리나 졸리)가 웨슬리에게 "왜 여기 왔는가?"묻는다. 이에 웨슬리가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라고 하는 순간, 소심한 찌질이 웨슬리는 킬러 웨슬리로 새롭게 재탄생된다. 이렇듯 내가 누구이며, 내 운명이 무엇이라 단정짓지 못한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누구라도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립하게 된다.

단지, 웨슬리 얘기만은 아니다. 말미에 웨슬리는 관객들을 향해 "최근 당신을 무엇을 했는가"라고 묻는다. 나는 누구이며, 내 운명은 무엇인지를 되물어 보자. 폭스가 "우리의 결정이 세상을 바꿔"라고 했듯, 우리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운명은 어쩌면 세상을 바꿀 큰 힘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이처럼, <원티드>는 어쩔 수 없이 시간에 이끌려 살아가며, 또 그것에 얽매여 갇혀사는 현대인에게 주는 현실 도피성 판타지다. 판타지는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리얼리티와 동떨어진 것을 의미한다. 그 사이에 초자연적인 요소들이 작용한다. 일직선으로 뻗어나가야 할 촐알이 휘어지거나 날아가는 총알을 총알로 맞춰버리는 신개념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유치한 설정을 숨가쁘게 진행되는 액션과 아우러져 최강의 액션 시퀀스를 탄생해 액션 로망을 달성한다.

<원티드>는 살짝 <파이트 클럽> 냄새를 풍기기도 하지만, 그리 고약하진 않다. 좀 더 신나고, 좀 더 발랄하게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쾌락을 선사한다. 그저 영상에 눈과 몸을 맡긴 채 액션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면 그만이다. 다른 영화에선 보지 못한 파격적 비주얼과 놀라운 속도감이 믹스돼 스타일리쉬한 영화로 탄생했다. 역시, 아쉬운 점이라면 볼거리 집중한 탓인지 주제 전달방식이 다소 투박하다는 것이다.

제임스 맥어보이. <페넬로피>에선 그저 그런 배우로만 생각했다. 영화도 찌질했거니와 캐릭터 자체도 그리 매력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그런데 <원티드>에선 제대로다. 포스터 전면엔 안젤리나 졸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누가 뭐래도 <원티드>의 원톱은 제임스 맥어보이다. 그의 찌질이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아, 물론 졸리도 여전히 섹시하다. 하악~하악~

8.5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