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남일이 필요한 시점
축덕후라운지 | 2008/06/24 07:26
다행인지, 불행인지 북한과의 경기에서 박지성은 나오지 않았다. 죽으나 사나 박지성만 외쳐대는 한국축구의 모습을 보면 한심할 따름이다. 박지성. 글쎄,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어제와 그 전의 경기로 충분히 증명되었다. 박지성은 도움자 역할이 강하지, 해결사 역할은 아니다.
절대 박지성의 실력과 능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팀의 전술에 따라, 그리고 선수단에 따라, 한 선수가 팀에서 가지는 역할은 분명해진다. 현재 한국국가 대표에 필요한 것은 박지성과 같은 왕성한 활동량을 가진 선수보단 전체적으로 경기를 조율하고, 운영해 나갈 선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 국가대표에 필요한 것은 제2의 김남일이다.
계속된 경기에서 실망적인 공격력과 절망적인 수비력을 분명히 확인했다. 그래도 그나마 칭찬하고 싶은 것은 투보란치의 김남일과 조원희다. 홀딩맨으로 변신한 조원희도 새롭지만, 앵커맨의 롤모델이 된 김남일이 반갑다. 현재 두 선수는 투보란치가 해야 할 기본에 충실하고 있다. 양쪽 풀백이 공격에 가담했을 시 그 빈자릴 커버해주는 역할과 상대 역습시 1차적으로 공격 흐름을 끊어주는 역할이다. 게다가 이에 그치지 않는다.
2002년 월드컵을 돌아보자. 그 때 한국은 3-4-3 포메이션으로 중앙에 강력한 수비형 미드필드 2명을 구성했다. 앵커맨 유상철과 홀딩맨 김남일이 그러했다. 그 당시 김남일의 플레이 스타일은 누구나 기억하듯 굉장히 거칠고 투박했다. 그리고 위협적이었다. 그에 반해 유상철은 수비적인 역할도 가담했지만, 전체적으로 경기의 흐름을 조율했으며, 경기 전체를 바라보는 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패싱력이 그 바탕에 있었다. 그리고 폴란드 전의 골과 같은 중거리 슛 능력도 지니고 있었다.
유상철 이후 김남일은 이호와 짝을 맞췄다. 하지만 그 때는 그리 안정감있고,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였다. 일단 그 당시 서로의 역할이 불분명했다. 이호는 너무 거칠기만 해 반칙을 너무 남발했다. 그리고 김남일 역시 자신의 역할을 찾지 못한 채 패스미스를 남발했고, 2002년 만큼의 종횡무진도 없었다. 그래서 2006년 월드컵때 이호 대신 이을용이 함께 호흡을 맞추길 바랐건만, 아드보카트 감독의 이호 사랑은 대단했다.
그리고 2008년. 조원희가 왕성한 활동력과 희생정신으로 풀백에서 홀딩맨으로 제대로 변신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김남일은 앵커맨이 되었다. 수원에서의 호흡때문인지, 둘의 역할 분담은 정확했다. 조원희는 흡사 2002년의 김남일을 보는 듯 길들여 지지 않은 야생마와 같았다. 다소 부족한 부분은 김남일이 채워주면서 말이다.
무엇보다 높이 살만한 점은 김남일의 경기조율 능력이다. 상대의 패스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 공격시 날카로운 공격적 패스가 굉장히 돋보였다. 넓은 시야로 좌우로 흔들어주면서, 경기 흐름을 좌지우지했다. 요르단전을 보면 김남일을 중요성을 알 수 있다. 후반 김남일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뒤 한국의 경기력은 현저히 떨어졌고, 김남일이 나가고, 그 자리에 조용형과 교체된 후 공수 밸런스는 급격히 무너졌다.
어제의 경기도 마찬가지다. 김정우도 오랜만에 들어와 김두현과 괜찮은 모습을 보였지만, 아직 김남일엔 못 미쳤다. 후반 김남일이 교체되고 난 후 전체적으로 공수에 안정감을 찾아갔고, 상대의 역습 숫자는 현저히 줄어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좌우로 전환시켜주는 패스 역시 탁월했다. 뭐, 한가지 부족하다면 중거리 슛 능력?
아무튼, 현재 김남일은 서른두살이다. 무리해서라도 김남일이 90분 풀타임을 뛸 수는 있지만, 체력적 부담과 함께 경기력 저하도 우려해야 할 시점이다. 그래서 제2의 김남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누가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김정우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속팀에서 안정적으로 볼을 다루는 오장은도 괜찮다. 뭐, 이호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도 좋다. 박지성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긴 하다. 어쨌든 제2의 김남일을 찾아야 한다.
Trackback Address :: http://badnom.com/trackback/1029
